이글루스 | 로그인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봤는데..



전체적인 느낌이라면 현대 일본 소설답게(?) 무지 가볍다는 것.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남는것도 없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 스스로가 일본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끝물에 그것도 잠시 떨어진 곳에서 관계해서 그런것일까?
무정부주의자인 아버지의 캐릭터 자체도 비현실적인데 그 아버지가 나중에는 가상의 섬인 파이파티로마로 가버리는 약간 허망한 결론을 내고 있다.

약간은 관념적인듯...
마치 허균의 홍길동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결국 현실을 적극적으로 바꾸거나 저항하기 보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향(ideal)으로 가는 것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현재 일본 사회의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그대로 인정해버리는 효과를 낳는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은 작가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일본 사회가 그런식으로 흘러온것은 아닐까한다. 지독히도 교조적이었고 그래서 아직도 꿈속을 해메고 있는 일본의 좌파, 자신의 생각보다는 권위에 의해 순종적으로 가면을 하나씩 쓰고 살아가는 평범한 일본인들. 이 책을 읽은 허망하고 가볍다라는 느낌이 현대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역시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소위 386세대가 떠오른다. 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의 이념이나 조직 그리고 투쟁방법 등등을 모조리 수입해 80년대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그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

글쎄 최소한 일본에서 거의 지리멸렬하게 없어져버린 일본학생운동과는 달리 많이 쇠락은 했지만 더구나 정권의 핵심에 있었던 경험까지 가지고 있는 한국의 386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 아직 한국의 386이 할 일은 많이 남아있고 아직 그것을 할 수 있는 역량도 남아있다. 게다가 정치풍토도 일당독재가 50여년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그 기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 몰론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일부의 모습이 전체의 모습을 대표하기도 하는 법.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식의 교육에 앞장서고 또 차별적인 교육제도에 찬동한다. 그리고 집값폭등에 흡족해하기도 하고.. 이젠 회사나 조직에서 최소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칙에 올라간 지금. 난 그들이 비판했던 그들의 윗세대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모여주었다는 미담(?)을 들어본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고 청출어람인 경우가 더 많았다고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上原一郞)가 지금 필요한 386의 본보기가 아닐까? 그의 구닥다리 이념이나 조직투쟁따위의 촌스러운 단어가 아니라 그의 타협하지 않는 정신 혹은 그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그의 행동력 말이다. 그는 무정부주의를 자신의 신념으로 삼은 뒤 그는 현실과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교육은 필요없고, 국가가 정해준 사유재산도 부정하고, 특히 경찰등의 공권력은 대놓고 개(犬)라고 욕찌거리를 퍼붓는다. 물론 국민연금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 386에게 필요한건은 거시적이고 비장한 국가경영 전략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생활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의 일치일 것이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향휴하는냐 그리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들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예를 평등함을 말하면서 자식들에게는 차별적인 교육제도를 지지하고 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자식들을 해외로 내보낸다면 이상하지 않는가.

최소한 386(전부가 아니라 현실정치에 참여한 386)이 과거 정권에서 보여주었던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비록 세련된 언변과 화술 그리고 온갗 외국의 최첨단 이데올로기로 치장을 했지만 공허하고 우스웠을 뿐이었다. 차라리 그런 것 보다는 소설 속의 이치로의 우직하고 또 어떨 때에는 답답하고 우스울 정도로 보이는 그의 말과 행동이 더 믿음직스럽다. (물론 우리 주위에도 자신의 사상과 행동을 일치시키며 묵묵히 살고 있는 많은 386세대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386은 바로 이들이 아닐까? 이들이야 말로 소설속의 우에하라 이치로(上原一郞)이지 않을까? )

이건 비단 386세대나 혹은 정치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도 있다. 입으로는 생태(환경보호)와 평등 혹은 자유을 서슴없이 입에 올리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가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 생활양식은 과연 그것들과 일치할까?  소설속의 우에하라 이치로(上原一郞)가 코믹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듯이 우리도 그와 같이 할 수 있을까?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검색하다가 보니 영화포스터가 있네....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군.

by 手眼先生 | 2008/11/28 14:05 | got to know | 트랙백 | 덧글(1)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